날이 더워지면서 편의점 커피가 먹기 싫어졌다.
이미 나의 고저스한 입은 당분적고, 쌉싸름한 쁘띠끄 커피에 길들여져있는데
편의점 아이스 라떼 제품들은 단맛이 매우 강한 편이라서
사시사철 "아이스라떼"를 먹는 나로서는..
편의점 커피는 '내가 이렇게 알뜰해졌구나'를 느끼기 위한 절약의 아이템이지
'그래, 오늘 하루도 잘 시작해볼까' 혹은 '아, 그래도 커피로 피로를 씻는구나' 하는 아이템이 아닌거다.
((요즘 내가 젤 맛있어하는 커피 브랜드, 빈브라더스 ))
그래서, 편의점에서 마시는 커피는 주로 아메리카노.
그나마 아메리카노는 "블랙" 혹은 "스위트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으로 단맛이 적은 아이템이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편의점의 블랙들은 너무 블랙라서 반쯤 먹다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스위트 아메리카노 종류들도 원두의 느낌보다는 연한 설탕맛으로 먹는 제품이라.. 편의점 에서 커피를 먹는다는건 이래저래 '커피의 심리적 효능'을 포기하고 어쨌거나 커피맛의 위로가 필요할 때, 찾곤하는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에 갈 때마다 커피 코너를 서성이며 새로 나온 커피들을 둘러보고 새로운 아이들을 한번씩 사보는건 편의점 커피의 끝없는 변신과 다양성 때문인듯.
금요일 점심도 괜히 심심해서 편의점에 들러 기대없이 편의점 커피 코너를 둘러보다 새로운 커피를 집어왔다.
딱히 팩키지가 예쁘지도, 이름이 특별하지도 않은 이 아이를 집은 이유는 할인... 2000원인데 1500원에 해준다길래 '너는 어쩌다 할인의 운명이 되었니'하는 마음과 '어차피 먹다 버릴 수도 있는데 2500원씩하는걸 사진 말자'는 마음으로 집어왔다.
심지어 CU PB상품 (묘하게 PB 상품은 한번더 의심하게 되는 그런게 있다)
그래서 사놓고, 하루를 묵혔다.
꼭 커피를 먹고 싶어지는 순간에 마시려고. 그래야 덜 실망하고 마실 것 같아서
(아... 편의점을 매우 사랑하지만, 이상하게 아이스라떼 종류는 신뢰가 안간다)
그리고, 오늘 밤!
일본에서 데려온 바나나 케잌 과자를 야식으로 먹기로 했다.
바나나 크림이라니... 딱 봐도 달게 생기지 않았나?
바나나 크림이 쏟아지지 않도록 화이트 초코로 뚜껑까지 만들어덮은 바나나 케잌.
아무래도 커피랑 먹어야겠길래
어제사온 '로아슈거 라떼'를 뜯었다.
내심 걱정이 됐다.
바나나 케잌도 달달한데 이 라떼도 달달하면 어쩌지. 그래 밤이니까 과감하게 라떼는 쏟아버리자. 그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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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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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없이 마셨기 때문일까,
살짝 헷갈리긴하지만
내가 여태껏 먹어본 편의점 아이스라떼 중에 가장 그럴듯한 맛이다.
라떼라고 해놓고 맛은 캬라멜라떼만큼 달달함으로 승부하지도 않고
라떼니까 우유넣었어요라는 느낌으로 커피우유처럼 만들어놓지도 않았다.
쌉살한 커피맛이 살아있고 기대이상 맛있다!!!!
어디서 만들었나, 제조원을 보니..
(주)서울에프엔비
신생인가하고 찾아보니 2005년 설립 기업이고, 이미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고 세븐일레븐,CU,홈플러스 등에 PB상품도 꽤 하고 있는 회사인게다. 몰라서뵈서 죄송합니다. 라는 마음으로 링크를 답니다.
*서울에프앤비 다양한 제품들 (2021년 4월, 링크는 업데이트하다보니 이 제품은 이제 사이트에서도 사라졌네요)
www.seoulfnb.com/bbs/content.php?co_id=brand6
로어슈거라떼도 CU PB인데,
CU가 잘 팔아주면 맛으로는 어필가능할 것 같은데..
사실 팩키지나 이름부터 좀 그른 것 같긴하다.
(딱히 차별화가 없으니 나처럼 할인 가격으로 우연히 집는 경우가 아니면 선택받을 기회가 없지 싶다)
CU가 좀더 열심히 밀어봐주면 좋겠다.
제품의 맛에 대해, 제조원에 대해, 차별화된 포인트에 대해 좀더 어필할 수 있도록 진열장에 설명 문구라도 하나 넣어주면 한번쯤 손님들의 눈길을 받을 수 있을텐데.
과자가게에도 그런 과자들이 있다.
사실은 꽤 맛있는데 손님들 입장에서는 낯설어서..
포장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안먹어봐서..
괜히 샀다가 맛없을까봐..등등의 느낌으로 외면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말 못하는 과자들을 대신해서 설명해줘야할 것같은 책임감마저 느껴지곤 했다.
(아, 팔고 싶어서 그랬나..?)
그런 식으로 내가 애정하는 과자들은 이런 애들이다.
오렌지, 생강, 초코 맛이 있는 안나쿠키
티라미슈,바닐라, 초코맛이 있는 임페리얼
이런 애들이, 첨 본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엔 너무 아쉬운 아이들이다.
갑자기, 과자로 빠졌지만..
어쨌거나 편의점 아이스라떼를 불신하는 데일리 커피 흡입자로서
CU에서 하는 서울에프앤비의 로어슈거라떼는 꽤 맘에 드는 커피다.
어쩜 밤의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런지도 모르니
다음번엔 낮에 꼭 마셔봐야겠다.
혹은 아침 출근길에 데려가봐야겠다.
이 아이를 마시면서 '그래 오늘 하루도 신나게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이 드는지.
편의점 커피의 끝없는 진화와
치열한 음료 시장에서 PB제품으로 활로를 찾는 서울에프앤비에 응원을 보내며..
뜻하지 않게 커피 마시고 후기를 쓰는 야심한 시각 새벽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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