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사를 합니다.
이 집에서 십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오래살 줄 몰랐는데 십년..)
이사라니 믿어지지않아요.
참 많은 일이 있었죠.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보냈고, 작은 아이가 태어났고, 그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십년은 그런 세월이에요.
밤마다 하우스와 보드게임장을 열기도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생일잔치를 했죠.
야심차게 들여놨던 하얀색 쇼파.
(흰색 쇼파가 이렇게 금방 더러워질 줄은..... )
거실 앞을 항상 지켜주던 목련 나무.
이 나무가 사실은 앞 건물 나무라는건 비밀...
겨울빼고 사시사철 큰 잎파리들로 거실 유리창을 채워주었어요.
짧디짧은 봄날에는 이런 목련을 보며 들어올 수도 있었고.
점점 비좁아져서 정신없던 집이었지만, 그래도 돌아오면 "집이 좋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우리집이었어요.
이사 준비차 흰둥이를 보내고 나니
거실이 휑하니 넒어져서 한동안 여유로움을 즐겨보기도 했어요.
옥상엔 이렇게 정원이 있는데, 막상 아래층은 안올라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삶의 가까운 곳에 녹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 들죠.
한때 저 기둥을 타고 포도넝쿨이 자라기도 했어요.
안녕, 우리집
잘 있어, 나중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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